보증금반환채무의 인수(1)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명도, 명도닷컴의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지난 이야기에서 상가건물임차인의 대항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데요, 일반적으로 임대인이 임대차목적이 되는 부동산을 매도할 경우 매매대금에서 보증금을 공제하는 형태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상가건물의 매매와 보증금반환채무의 인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사례]

  甲(임대인)과 乙(임차인)은 서울 소재 A점포에 관하여 2014. 8. 1.부터 2016. 7. 30.까지 보증금 7,000만 원에 월차임 500만 원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후 甲은 2016. 5. 10. 丙에게 A점포를 매도하면서 보증금을 丙이 인수하기로 하였습니다. 이후 乙은 丙에게 월차임을 지급하였고, 丙은 2016. 8. 경 乙에게 A점포의 인도를 청구하고 있습니다. 乙은 임대차계약의 묵시적 갱신을 주장할 수 있을까요? 또, 乙은  丙에게 보증금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1.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여부

  이번 사례는 지난 명도이야기에서 설명했던 것과 같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2조 제1항이 정하는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임대차계약이고, 2015. 5. 13. 이전에 최초로 계약이 체결되어 갱신되지 않았으므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3조가 정하는 대항력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민법에 따라 매도인과 매수인 간의 채무인수의 효력이 문제됩니다.

2. 채무의 인수 

  민법 제453조는 채권자와의 계약에 의한 채무인수, 제454조는 채무자와의 계약에 의한 채무인수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매매계약에 있어서 보증금의 인수는 `보증금반환채무`를 채무자인 매도인(임대인)과 계약에 의해 인수하는 것이므로 민법 제454조가 정하는 채무자와의 계약에 의한 채무인수를 의미합니다. 

3. 보증금반환채무인수의 성질 

  판례는 부동산의 매수인이 매매목적물에 관한 채무를 인수하는 한편 그 채무액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약정한 경우, 그 인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도인을 면책시키는 채무인수가 아니라 이행인수로 보아야 하고, 면책적 채무인수로 보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채권자의 승낙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5. 8. 11. 선고 94다58599 판결)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매우 어려운 이야기가 등장하는데요. 바로 `면책적 채무인수`와 `이행인수 또는 병존적 채무인수`와의 구별 문제입니다. 면책적 채무인수는 본래의 채무자가 인수인에게 채무를 인수시킴으로써 자신은 채무를 모두 면하게 되는 것이고, 이행인수는 인수인이 채무자의 채무를 대신 변제할 것을 약정하는 것이며, 병존적 채무인수는 인수인이 기존의 채무자와 함께 동일한 채무를 부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면책적 채무인수와 이행인수 또는 병존적 채무인수와의 구별, 이행인수와 병존적 채무인수와의 구별 기준에 관하여 명확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학설이 나누어져 있고, 판례 또한 그 기준이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이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자면 한 편의 논문을 작성해야 할 정도로 많은 내용과 쟁점이 존재하기에 여기에서는 간단하게 정리하고자 합니다.

  면책적 채무인수는 기존의 채무자가 채무관계에서 탈퇴하게 되므로 채권자 입장에서는 인수인의 변제능력을 알 수 없다는 대단히 위험한 지위에 놓이게 됩니다. 때문에 민법 제454조가 정하는 `채권자의 승낙`이라는 요건이 매우 중요합니다. 판례 또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면책적 채무인수를 인정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행인수와 병존적 채무인수는 채권자가 인수인에게 채권의 변제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됩니다. 이행인수는 채무자와 인수인간의 계약에 불과하여 채무변제의 의무만을 부담하는 반면에 병존적 채무인수는 채권자에게 직접 인수인에 대한 채권을 취득하게 함으로써 인수인은 기존의 채권관계에 참여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행인수의 경우 채권자는 인수인에게 직접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없고, 병존적 채무인수의 경우 인수인에게 직접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우리 판례는 위 대법원 1995. 8. 11. 선고 94다58599 판결과 같이 대부분 면책적 채무인수가 아닌 것으로 판단되면 이행인수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번면에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54627 판결에서 인수의 대상으로 된 채무의 책임을 구성하는 권리관계도 함계 양도한 경우이거나 채무인수인이 그 채무부담에 상응하는 대가를 얻을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이행인수가 아닌 병존적 채무인수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기도 하였습니다.

  즉, 판례의 입장을 정리하면 부동산 매매계약에 의해 인수되는 보증금반환채무는 면책적 채무인수의 요건을 갖추지 않는 이상 이행인수 또는 병존적 채무인수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정리]

  이번 이야기는 다소 어려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데요, 면책적 채무인수는 기존의 채무자가 인수인으로 변경되고, 병존적 채무인수는 채무자가 한 명 더 증가하는 것이며, 이행인수는 기존의 채권채무관계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라고 정리하면 간단할 것입니다. 다음 이야기에서 사례를 검토하면서 새롭게 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면서 달라진 점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