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명의신탁과 횡령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

명도만 생각합니다.

법무법인 명도 정민경변호사입니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일명 부동산실명법이

제정된지 벌써 25년이 넘었는데요,

이와 관련하여 지속적으로

판례가 변경되어 왔습니다.

부동산실명법은 간단하게 자기

소유의 부동산을 제3자 명의로

소유하는 것,

즉 ‘명의신탁’을

금지하는 것인데요,

부동산실명법 제4조는

명의신탁약정은 물론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물권변동도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명의신탁은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신탁자가 수탁자와

명의신탁계약을 체결한 후

소유권이전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매도인은 명의신탁계약을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어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은

단서로 명의신탁약정을 알지 못한

경우 물권변동이 유효하다는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부동산 명의신탁은

형사사건으로 번지기도 하는데요,

부동산 등기명의자인 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해버리는 것입니다.

과거 판례를 살펴보면,

양자간 명의신탁과

3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신탁자에 대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런데,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3자가 명의신탁,

일명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의 경우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여

과거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였습니다.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 처벌하는 범죄인데,

전원합의체 판결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므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 대해

직접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여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더불어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고

해석하면서 명의신탁자와

수탁자 간의 관계는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하여,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위 전원합의체 판례에 따라

3자간 명의신탁에 있어서

수탁자의 부동산 임의처분이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변경되었으나,

양자간 명의신탁에 있어서는

과거와 동일한 판례가

유지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양자간 명의신탁도 동일하게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수탁자 간의

관계는 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명의신탁계약은 무효이므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말소의무를

부담할 뿐이어서 어떠한 위탁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사실 신탁관계에 있어서

그 계약의 유·무효를 떠나,

타인의 물건을 가지고 있는 자를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나,

형법이 부동산실명법이

정하는 불법행위를 한 자들 간의

관계에 있어까지 보호하지는

않겠다는 취지는

납득할만합니다.

다만,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

이라는 것이

상당히 추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쨌든 대법원은

부동산실명법이 금지하는

행위 자체를 하지 말 것을

경고하면서 법을 위반한

행위를 한 경우 누구도

보호받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