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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경매검색 > 전문가컬럼
작성일 : 2020.12.18
서울에만 빈집 3000개 넘는데…伊처럼 경매로 문제 풀어보자
작성자 : 장근석 조회 : 45

서울에만 빈집 3000개 넘는데…伊처럼 경매로 문제 풀어보자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


지난달 말 특이한 프로그램이 처음 전파를 탔다. 현재 우리나라 예능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는 `먹방`이 아니라 빈집을 의뢰인 요구사항에 맞게 환골탈태시켜주는 내용이다. 의뢰인 모집에 20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빈집과 내 집 마련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집방`을 기치로 내건 이 프로그램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40여 개 나라에 방송될 예정이다.


#2015년 창업한 국내 한 스타트업은 농어촌 지역에 즐비한 빈집을 숙박시설로 활용하는 비즈니스로 한때 `한국의 에어비앤비`로 불렸다. 그러나 기존 농어촌 민박업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고 현재 법 테두리 안에서는 거주 중인 주민만 농어촌 빈집으로 숙박업이 가능해 결국 작년 7월 사업을 중단하고 말았다. 정부의 중재와 매출액 중 일부를 마을기금으로 조성한다는 타협안을 제시하고 나서야 이 스타트업은 올해 9월 다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문제 하나를 풀어보자. 서울에 빈집이 몇 채나 있을까. `전세난` `풍선효과` 등의 단어에 익숙할 정도로 집이 부족한 곳이 서울이므로 빈집이 많지 않을 것이라 여기기 쉽다. 그러나 서울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서울에서 1년 이상 방치된 빈집은 우리 예상을 훨씬 벗어나는 2972채에 달한다. 올해 들어 추가된 집과 방치기간이 1년이 안 된 집을 더하면 3000채는 이미 넘겼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 의아한 곳은 관광대국 이탈리아에서도 손꼽히는 관광지인 시칠리아섬이다. 지중해의 작렬하는 태양을 만끽할 수 있는 데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 유적까지 간직하고 있어 매년 관광객이 끊이지 않지만 빈집이 넘쳐난다.


급기야 지난해 말 시칠리아섬의 한 마을은 빈집 수십 채를 커피 한 잔 값에도 못 미치는 단돈 1유로(약 1300원)에 경매로 내놓아 큰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전 세계에서 무려 10만명이 문의했다고 한다. 올해 10월에도 시칠리아섬의 또 다른 마을이 1유로에 빈집을 경매에 내놓아 전세로 속 끓이던 사람들 마음을 잠시 흔들어 놓기도 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빈집 수는 148만가구에 달한다. 35만가구였던 1995년과 비교해보면 20년 사이 4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농어촌 지역에서 급증하고 있는 빈집은 해당 지자체에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미관상 좋지 않을뿐더러 각종 범죄 발생률을 높일 수 있는 데다 관리에도 적잖은 돈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철거나 리모델링을 하려 해도 소유자와 아예 연락이 닿지 않거나 연결이 된다 해도 빈집을 활용하자는 제안에 시큰둥하다는 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농어촌 빈집 소유자 중 빈집 활용에 동의하는 사람은 전체의 20%에 불과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17년 `빈집 및 소규모 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됐음에도 빈집은 줄어들기는커녕 매년 늘고 있다. 국토정보공사에서도 1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개인들이 빈집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올해 7월 선보였지만 등록된 매물은 현재 340여 건에 그치고 있다. 특별법도 있고,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도 만들었고, 스타트업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까지 나왔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빈집 문제는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1유로 경매`라는 파격적인 방식을 택한 이탈리아는 어떨까. 지난해 포브스지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1유로 집`이 나온 것은 2016년 1월부터라고 한다. 이처럼 말도 안 되는 가격의 집이 나온 이유는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 감소다. 이름은 1유로지만 당연히 1유로만으로는 집을 살 수 없고 낙찰받으면 의무적으로 본인 비용으로 집을 개·보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6월까지 빈집 총 200여 채가 1유로 경매로 팔렸다고 한다.


이탈리아는 빈집 소유권을 시의회가 보유하고 있어 파격적인 방식의 시도가 가능했지만 우리는 개인 소유라 어렵다. 대신 우리는 수십 년에 걸쳐 부동산 경매제도를 운영해온 노하우가 있다. 여기에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다 쓰러져가는 집이 아니라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파트가 빈집 중 가장 많다는 특징도 있다. 이런 점을 잘 활용하면 공공재인 주파수를 최적 분배해 노벨상을 받은 것처럼 빈집 문제를 해결하는 경매 이론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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